원령공주
1. 저주받은 멧돼지 신령과 아시타카의 운명
일본의 고대, 아직 신령(神靈)과 자연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던 시기. 동쪽 끝 깊은 산 속에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에미시 부족의 마을이 있다. 어느 날, 마을로 정체불명의 거대한 멧돼지형 괴물이 달려들며 마을을 위협한다. 이 괴물은 분노와 증오에 물들어 마물(魔物)이 된 **멧돼지신 ‘나고’**였고, 몸에서 검은 촉수처럼 꿈틀대는 저주를 뿜어낸다.
부족의 젊은 전사이자 차기 족장인 아시타카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나고신과 싸워 쓰러뜨리지만, 오른팔에 저주를 받고 만다. 대무녀 히이님은 아시타카에게, 이 저주는 결국 그의 생명을 앗아갈 것이라며, “서쪽으로 가서 이 저주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따라 아시타카는 자신의 마을과 사랑하는 소녀 카야를 뒤로하고, 마을을 떠나 운명의 여정을 떠난다. 이때부터 아시타카는 "보는 눈을 가져라"는 히이님의 말을 되새기며, 인간과 자연의 세계를 관찰하게 된다.
2. 새로운 세계로 – 타타라바(제철 마을)
아시타카는 여행 중 어떤 수레 행렬이 코도마(작은 숲의 정령)들로 가득한 숲을 지나 공격받는 것을 본다. 수레를 구하며 **부상당한 남자 ‘고사카’**와 함께 철을 실어 나르는 **타타라바(타타라 제철촌)**로 향하게 된다. 이곳은 강력한 지도자 에보시 고개 부인이 이끄는 마을로, 여성을 전사로 삼고 나병 환자들을 보호하며 공동체를 형성해 철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타타라바의 번영은 숲의 파괴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고, 이는 숲을 수호하는 신들과 동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었다. 특히 늑대신 모로와 그녀가 키운 인간 소녀 ‘산’, 즉 ‘원령공주’는 인간의 숲 파괴에 저항하며 타타라바를 공격하고 있었다.
3. 원령공주 산과의 만남
타타라바를 공격하는 산은 강인하고 아름다우며, 인간의 세계에 전혀 속하지 않은 존재이다. 그녀는 인간의 욕망을 혐오하고, 자신을 늑대라 여긴다. 아시타카는 우연히 에보시를 공격하던 산을 구하고, 그녀와 함께 숲으로 들어간다. 깊은 숲 속에서 아시타카는 거대한 늑대신 모로와 처음 대면한다. 모로는 산을 사랑하면서도 인간 아시타카에게 경계심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시타카는 인간도, 동물신도 아닌 중립적인 존재로서 모두의 고통과 갈등을 이해하려 한다. 그는 산에게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자고 말하지만, 산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4. 인간의 탐욕과 숲의 신들의 분노
한편 에보시는 마을을 더욱 번영시키기 위해 숲의 중심에 존재하는 **사슴신(시시가미)**의 목숨을 노린다. 사슴신은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관장하는 존재로, 신과 자연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에보시는 중앙 정부의 비밀조직인 **지코(지장 보살처럼 생긴 관리)**와 손을 잡고, 사슴신의 머리를 가져오려는 계획을 세운다. 사슴신의 머리는 막대한 권력을 가져다주는 ‘영적인 도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숲의 멧돼지 부족은 인간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복수를 위해 집결한다. 멧돼지 부족의 족장인 **오키(거대한 흰 멧돼지)**는 맹목적인 분노 속에서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아시타카는 인간과 신령, 그리고 산 사이에서 이 갈등을 막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전면적인 충돌은 피할 수 없게 된다.
5. 파국의 밤 – 사슴신의 머리와 자연의 붕괴
에보시와 지코는 사슴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순간을 틈타 그의 머리를 베어낸다. 그 순간, 사슴신은 거대한 어둠의 물결이 되어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숲은 무너지고, 동물과 인간, 신령과 마물들이 파괴에 휘말린다.
산과 아시타카는 사슴신의 머리를 돌려주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결국 두 사람은 함께 머리를 되돌려준다. 사슴신은 자신의 머리를 다시 얻고, 마지막으로 거대한 생명의 파동을 퍼뜨리며 사라진다. 그 자리에 숲의 싹이 돋기 시작한다.
영화 감상평
영화를 보고 난 후,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인간과 자연의 복잡한 갈등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어 많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영화에서 에보시 부인은 마을의 발전을 위해 숲을 개척하고 철을 생산하지만, 이는 자연의 신들과 동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킵니다. 반면, **산(원령공주)**은 자연을 지키기 위해 인간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자연 보호에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립은 현대 사회에서의 개발과 환경 보호 사이의 갈등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특히, 아시타카의 중립적인 시각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인간과 자연 모두의 입장을 이해하며, 갈등을 해결하려 노력합니다. 이는 우리에게 편견 없이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사슴신(시시가미)**은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관장하는 존재로, 자연의 신비로움과 그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묘사는 자연의 위대함과 그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켰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갈등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으며, 우리 주변의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야 함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원령공주』는 이러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작품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