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줄거리
1988년, 평범한 회사원 오대수(최민식 분)는 딸의 생일날 술에 취해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린 후 친구 주환(지대윤 분)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하지만 그날 밤,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납치당하고, 어느 낯선 방에서 눈을 뜬다. 그곳은 마치 모텔처럼 보이지만, 바깥과는 완전히 차단된 감금 시설이었다.
오대수는 TV를 통해 아내가 살해당했고, 자신이 살인 용의자로 몰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이유도 모른 채 감금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며, 텔레비전을 보며 세상의 변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매일 주어지는 군만두를 먹으며 살았고, 벽을 긁으며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15년이 흐르는 동안 오대수는 점점 단련된 몸을 갖추고, 복수를 다짐하며 무술 연습을 시작한다. 감옥에서 제공된 TV 속 세상을 통해 그는 사회의 변화와 언론의 흐름을 관찰하며 자신을 가둔 자의 정체를 파악하려 애쓴다. 그는 감옥 벽을 긁으며 터널을 파 탈출을 시도하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잃고 수면가스로 인해 다시 잠들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오대수는 마취된 상태에서 감옥 밖으로 내던져진다. 그는 공원 벤치에서 깨어나고, 손에 든 돈과 핸드폰을 확인하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쓴다. 자신을 가둔 자를 찾아내 복수하려는 강한 의지를 품고 그는 새로운 삶 속으로 발을 내디딘다.
감옥에서 풀려난 오대수는 한 초밥집에서 젊은 여자 미도(강혜정 분)를 만나게 된다. 미도는 오대수를 돌봐주고, 그의 복수를 돕기로 한다. 오대수는 감금 당시 매일 먹었던 군만두의 맛을 단서로 삼아 자신을 가둔 자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오대수는 미도와 함께 단서를 찾으며 과거를 떠올린다. 군만두의 출처를 조사한 끝에 그는 특정한 중식당을 찾아내고, 그곳에서 감금된 시설과 연관된 단서를 확보한다. 그는 점점 이우진이라는 남자의 존재를 알아가며, 자신이 왜 감금되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더욱 깊이 파고든다.
조사를 거듭한 끝에 오대수는 자신을 가둔 자가 이우진(유지태 분)이라는 부유한 사업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우진은 오대수에게 '네가 왜 감금되었는지를 맞히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라고 제안한다. 오대수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단서를 찾기 시작한다.
이우진은 냉정하고 치밀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 오대수에게 서서히 압박을 가한다. 오대수는 과거 자신의 행동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이우진과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려 노력한다. 그는 과거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대화를 되새기며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오대수는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이 친구들과 함께 한 여학생과 이우진의 관계에 대한 소문을 퍼뜨렸던 일을 기억해낸다. 그 여학생은 이우진의 누나였으며, 그 소문으로 인해 누나는 자살하게 되었다. 이우진은 이를 복수하기 위해 오대수를 감금하고, 그의 인생을 망가뜨릴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오대수는 이 사실을 깨닫자 경악하며 절망한다. 그는 자신의 작은 말 한 마디가 한 가족을 파괴했고, 그것이 15년 동안의 감금과 복수로 돌아왔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우진의 복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장 충격적인 반전은 미도가 사실 오대수의 딸이라는 점이었다. 이우진은 오대수가 자신의 누나를 잃게 만든 것처럼, 오대수에게 딸과의 관계를 통해 고통을 주기로 계획한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오대수는 큰 충격을 받고 절망에 빠진다.
이우진은 오대수에게 자신이 만들어낸 계획을 차례로 설명하며, 모든 것이 자신이 의도한 대로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오대수는 극도의 혼란 속에서 자신이 미도와 맺은 관계를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이우진은 복수를 완성했음을 확인하며 승리감을 느낀다.
결국, 오대수는 이우진 앞에서 개처럼 기어가며 용서를 구하고, 이우진은 만족스럽게 이를 지켜본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오대수는 최면술사를 찾아가 미도가 자신의 딸이라는 기억을 지워달라고 부탁한다. 영화는 오대수가 미도와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열린 결말을 남긴 채 끝난다.
오대수는 자신의 기억을 잃었지만, 그가 진정한 해방을 맞이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여전히 감금과 복수, 그리고 인간의 본능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처럼 올드보이는 복수의 허망함과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충격과 여운을 남긴다.
영화 감상평
올드보이를 처음 봤을 때, 그 충격적인 전개와 반전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단순한 복수극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시작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깊은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다룬 이야기에는 예상치 못한 깊이가 있었다. 복수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인간의 복잡한 감정선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영화 초반, 오대수는 납치되고 15년간 감금당하며 왜 자신이 그런 끔찍한 처벌을 받게 되었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그 과정에서 마치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독과 단절을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도 사실 어느 정도 그런 고독과 단절 속에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대수가 점점 미쳐가는 모습은, 때로는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살아가면서 겪는 의문들이 어떻게 우리를 내면적으로 갉아먹는지를 상징하는 듯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오대수가 망치를 들고 좁은 복도를 지나며 한 명 한 명의 적을 쓰러뜨리는 그 유명한 복도 씬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액션 씬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절박함과 복수의 집착, 그리고 그 집착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의 본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된 이 장면은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 현실감과 긴장감은 영화를 보는 내내 숨을 죽이게 만들었다. 그 장면을 통해 오대수의 절박함과 복수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그 복수가 단순히 ‘자유’를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이 강조되는 듯했다.
또한, 최민식 배우의 연기는 정말로 경이로웠다. 그는 오대수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오대수의 분노, 절망, 공포,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애절한 절망까지, 그의 얼굴 표정과 눈빛, 목소리에서 나오는 감정은 단순한 연기가 아닌, 관객이 그 감정을 함께 느끼게 만들 정도로 강렬했다. 그는 복수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한 고통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관객이 그와 함께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느낌을 주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복수라는 테마가 전해주는 허무함이다. 영화가 끝날 무렵, 오대수는 복수를 이룬 후에도 결국 허망한 기분을 느낀다. 복수는 단지 외적인 복수일 뿐, 그의 내면에서는 끝없는 고통과 상실감만이 남게 된다. 그는 복수의 대상을 향한 분노를 풀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얻은 것은 결코 평화나 만족이 아닌,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깊은 절망뿐이었다. 복수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영화는 냉정하게 우리에게 전달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복수’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영화는 또한 인간의 기억과 운명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오대수는 그 15년 동안 자신이 감금당한 이유와 그에 대한 진실을 추적하며, 그 기억이 어떻게 그를 지배하는지, 그리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한다. 이 영화는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방법, 그리고 그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싸움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때로는 불가능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관객은 오대수와 함께 그 길을 걸으며, 결국 우리는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복수와 기억의 교차점에서 인간의 본능을 탐구하는 이 영화는 결국 우리가 진정 자유로운 존재인지, 아니면 우리를 얽매고 있는 과거와 운명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재인지를 되묻는다.
오래된 명화이긴 하지만 아직 못 보신분이 계신다면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