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노어 셸스트롭, 착한 사람 흉내의 철학
《더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에서 엘리노어 셸스트롭은 전형적인 천국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그녀는 이기적이고, 냉소적이며, 도덕적인 이상향인 그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단순한 착오로 시작된 그녀의 사후 세계 여정이 곧 도덕성과 정체성, 그리고 자기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탐구로 발전합니다. '좋은 사람인 척'하는 것으로 시작된 엘리노어의 여정은, 진짜로 좋은 사람이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엘리노어 셸스트롭의 변화에 담긴 철학적 주제를 살펴보며, 행동과 의도, 자아 형성에 관한 보편적인 질문들을 어떻게 이 드라마가 풀어내는지를 분석합니다.
엘리노어의 변화는 위선과 진정성 사이의 경계가 생각보다 유연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잘못된 이유로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굿 플레이스에서의 위장 생활
엘리노어는 굿 플레이스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실수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녀는 지구에서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노인에게 가짜 약을 팔고, 친구들을 무시하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천국에 잘못 들어왔음을 알게 된 그녀는 자백하는 대신 '연기'하기로 합니다.
처음에는 순전히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 결정은 곧 도덕 철학자 치디 아나곤예와의 만남으로 이어지며, 그녀의 윤리적 각성이 시작됩니다. 처음엔 단순한 속임수였던 행동이 예상치 못한 도덕적 성장으로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철학은 의도를 어떻게 보는가
도덕 철학에서는 행동의 '의도'가 중요합니다. 이마누엘 칸트는 오직 의무감에서 비롯된 행동만이 도덕적 가치를 갖는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엘리노어의 초기 행동은 그 어떤 도덕적 의미도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겉으로는 착한 행동을 하지만, 순전히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습관'을 통해 덕이 형성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용감하지 않더라도 용감한 행동을 반복하면 결국 용감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엘리노어가 의도는 불순할지라도 꾸준히 선한 행동을 연습하면서 진정한 도덕적 인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처럼 도덕적 가치에서 '의도'와 '행동'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은 엘리노어의 스토리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죄책감과 자기 인식의 역할
엘리노어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감정 중 하나는 ‘죄책감’입니다. 비록 처음에는 자신의 거짓말을 정당화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진심으로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 불편함은 단순한 웃음 포인트가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죄책감은 도덕적 발달에 도움이 되는 정서입니다. 우리의 행동이 내면의 가치와 충돌할 때 발생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엘리노어는 점점 자신의 삶과 선택에 대해 고민하며, 점차 진지하게 철학과 윤리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물론 그녀는 단번에 변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도중에 실수도 많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방향은 '성장'이며, 그 변화는 매우 현실적입니다.
관계가 가져오는 변화
엘리노어가 성장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관계’입니다. 치디와의 인연을 통해 도덕 철학을 접하고, 자넷과의 교류를 통해 진정한 친절을 경험하며, 제이슨과 타하니와의 관계 속에서 공동체의 의미를 배워갑니다.
《더 굿 플레이스》는 도덕적 성장이 결코 고립 속에서 일어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감정을 주고받고, 행동에 책임을 느끼며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엘리노어가 진심으로 타인을 걱정하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도덕적 변화는 더 깊어집니다.
이기심에서 성찰로
처음에 엘리노어는 윤리학을 전략적으로 접근합니다. 도덕 이론을 배우는 이유는 자신의 정체가 들통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전략은 점차 진정한 자기 변화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행동이 의식을 이끈다"는 철학적 개념을 반영합니다.
장폴 사르트르는 우리가 우리의 행동으로 정의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선택을 통해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엘리노어는 바로 이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인물입니다. 그녀의 정체성은 '이기적인 사람'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선택과 노력으로 재구성됩니다.
처음에는 연기로 시작했지만, 그 연기를 통해 그녀는 진정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철학을 단지 살아남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던 그녀가, 점차 철학을 자신의 삶에 통합해 나갑니다.
진정성은 노력에서 시작된다
엘리노어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노력'의 가치입니다. 그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닙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실수하고, 흔들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도전하고, 성장합니다.
《더 굿 플레이스》는 선함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것임을 말해줍니다. 도덕적 완벽함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엘리노어는 천국에 들어갈 자격을 얻기 위해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변화하려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합니다.
결론: '흉내'에서 '실천'으로
엘리노어 셸스트롭의 이야기는 대중문화 속에서 보기 드문 도덕 성장의 여정입니다. 그녀는 성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처음엔 속이기 위해 시작했지만, 그 길이 진짜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이 드라마는 ‘착한 척’이 위선이 아니라, 진정한 선함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지만, 변화할 수 있고, 그 변화는 작은 시도에서 시작됩니다. 엘리노어처럼, 우리도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해, 결국 진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옳은 일’을 해본 적이 있나요? 그 경험이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요? 엘리노어의 여정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교훈을 함께 나눠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