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와 HR의 진화: 에이전트 기반 혁신의 새로운 지평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급격한 발전은 HR(Human Resources) 분야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채용 공고 작성, 이력서 분석, 교육 자료 요약 등 HR의 단위 업무에 AI를 도입하여 효율성을 제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들어 AI는 조직 설계, 리더십 개발, 직무 예측 및 성과 분석 등 보다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 영역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HR의 기능이 더 이상 관리적·거래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HR 전문가들은 단순히 AI의 기본적인 활용법을 아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HR 애널리틱스 역량을 갖추고,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조직의 목적과 전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응용할 수 있는 통합적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즉, HR 담당자는 ‘AI 리터러시’를 넘어 ‘AI 전략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멀티 에이전트 AI(Multi-Agent AI)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멀티 에이전트 AI는 각각 고유한 목표와 기능을 지닌 여러 개의 AI 에이전트가 상호 협력하거나 경쟁하면서 주어진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구조다. 이들은 복잡한 조직 환경 속에서 상황을 인식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자기 학습을 수행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AI 시스템은 인간이 단독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빠르게 변화하는 업무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젠슨 황 NVIDIA CEO는 2025년 CES 기조연설에서 “향후 모든 기업의 IT 부서는 AI 에이전트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HR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술 부서가 단순히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차원을 넘어서, AI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노동 주체’를 관리하고 조율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이제 ‘어떤 일을 누가 혹은 무엇이 수행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조직 설계의 질문에 다시 답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이러한 AI 에이전트는 다양한 HR 업무에 적용되며, 조직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챗봇은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질문 응답, 면접 일정 조율, 기본 정보 수집 등을 자동화하고 있으며, 교육 훈련 분야에서는 개별 학습자의 수준과 학습 패턴을 분석하여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성과관리와 피드백 시스템에서도 AI는 과거 데이터와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여 보다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조직문화 개선 측면에서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 내 갈등 요인을 사전에 탐지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멀티 에이전트 AI의 대표적인 적용 방식으로는 ▲단일 에이전트의 업무 자동화 도입, ▲에이전틱 행동 패턴을 모방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시나리오 예측, ▲워크플로우 기반의 복합 업무 에이전트 설계 등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문서 작성이나 반복 업무의 자동화를 넘어,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인간 대신 실제로 복합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에이전트의 도입은 비단 기술적 변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AI가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를 정밀하게 처리하고 예측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그 결과의 타당성과 윤리성, 조직의 가치에의 적합성은 결국 인간의 판단이 필요하다. AI는 어디까지나 ‘보완자’이며, 최종 의사결정권은 인간에게 있다. 따라서 HR 전문가들은 AI를 도구로 삼아 더욱 통찰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즉 HR 애널리틱스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이는 생성형 AI 시대에 오히려 인간 HR 전문가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AI 에이전트는 이미 글로벌 및 국내 기업의 HR 업무에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폴크스바겐은 AI 기반의 가상 비서를 통해 차량 유지보수 일정을 자동 관리하고 고객 응대 품질을 향상시켰으며, PODS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여 실시간 개인화된 광고 캠페인을 전개함으로써 소비자의 반응률을 극대화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리더십 개발, 조직문화 진단, 사내 커뮤니케이션 개선 등 다양한 영역에 AI 에이전트를 접목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의 HR은 기술을 활용하는 부서가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중심 부서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은 단지 ‘효율성’이라는 목적을 넘어서, 인간과 기술의 새로운 협력 방식을 모색하는 과업을 우리 앞에 제시하고 있다. 이는 HR이 기존의 역할에서 벗어나,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내가 경험한 HR의 변화와 생성형 AI, 그리고 에이전트의 시대
HR 업무에 몸담아온 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변화의 물결을 지나왔다. 그중 가장 본질적인 전환점이자, 실질적으로 ‘내 일’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것이 바로 생성형 AI의 부상이다. 처음엔 단순한 업무 효율 도구로 여겼다. 반복적인 문서 작성, 공지 사항 작성, 교육 콘텐츠 요약 같은 작업에서 확실히 시간을 줄여주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확신한다. 생성형 AI는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서, HR의 철학과 실천 자체를 바꾸는 패러다임이다.
내가 운영하는 HR 시스템 내에도 생성형 AI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스며들고 있다. 예를 들어, 교육 설계에서는 직원들의 학습 스타일과 피드백 반응을 분석하여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안할 수 있게 되었고, 채용 과정에서는 지원자의 이력과 자소서를 AI가 분석해 문화적 적합성과 잠재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예전 같으면 여러 날이 걸렸을 작업이, 이제는 몇 시간 안에 완료된다. 업무는 빨라졌고,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은 더 정교해졌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나는 하나의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 아무리 AI가 정교한 분석을 해도, 결국 그것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람이다. AI가 제안하는 데이터의 의미를 읽고, 그것이 우리 조직과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고, 나아가 그것을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바꾸는 것. 이 모든 과정은 여전히 HR 전문가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 자신과 조직의 HR팀이 기술과 전략, 윤리와 감수성이라는 네 가지 축 위에서 균형 잡힌 감각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HR 애널리틱스에 대한 이해와 적용 역량은 필수가 되었고, AI가 제시하는 통찰을 실질적인 조직 변화로 연결짓는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더 깊이 가져가야 할 역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