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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Grab), 동남아 슈퍼앱

by sera7 202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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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Grab), 동남아 슈퍼앱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으로 탄생한 지역 밀착형 플랫폼

동남아시아는 언어, 문화, 경제 수준이 매우 다양한 복합적 특성을 가진 시장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하나의 앱이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동남아 전역을 장악한 것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철저한 전략의 산물이었다. ‘그랩(Grab)’은 이질적인 시장을 하나로 아우르기 위해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Hyper-Localization) 전략을 앞세웠고, 결과적으로 월간 거래 이용자 수(Monthly Transacting Users, MTU) 4,400만 명을 기록하며 글로벌 경쟁자 ‘우버(Uber)’를 제치고 동남아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창업자 앤서니 탄과 ‘마이택시’의 시작

그랩의 창립자 앤서니 탄(Anthony Tan)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재학 중이던 2012년, 말레이시아의 열악한 택시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동기 탄 후이 링(Tan Hooi Ling)과 함께 ‘마이택시(MyTeksi)’라는 앱을 개발했다. 초기 목적은 단순했다. 승객과 택시 기사를 연결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동을 돕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앱은 곧 ‘그랩(Grab)’으로 이름을 바꾸며 동남아 전체로 사업 영역을 넓혀갔고, 단순한 모빌리티 앱을 넘어 금융, 음식 배달, 쇼핑, 보험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한 ‘슈퍼앱’으로 진화했다. 현재 그랩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등 8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 전략: ‘지역 밀착형 맞춤 서비스’

그랩의 성공을 이끈 핵심 전략은 바로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이다. 단순히 언어만 번역하는 수준이 아닌,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소비자 행동, 교통 환경, 비즈니스 관행까지 깊이 반영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그랩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각국의 사용자들에게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1. 현지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반영

  • 필리핀에서는 택시 기사들의 교대 시간에 맞춰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고,
  • 베트남에서는 기사들이 자주 찾는 커피숍에 그랩 부스를 설치해 무료 커피와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서비스 홍보를 이어갔다.
  •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 문화에 따라 라마단 기간에 맞춘 특별 이벤트와 음식 배달 캠페인을 진행해 신뢰를 얻었다.

2. 현지 교통수단 기반 서비스 확장

  • 자동차만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이륜차, 오토바이, 삼륜차(툭툭이) 등 현지에서 널리 사용되는 교통수단을 적극 도입했다.
  • 특히 교통 체증이 심한 동남아 도심에서는 오토바이를 활용한 그랩바이크(GrabBike)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며 빠른 확산세를 보였다.
  • 자체 내비게이션인 그랩맵(GrabMap) 개발을 통해 이동 경로를 최적화하고, 교통 체증 상황에 맞춘 경로 안내를 제공했다.

3. 맞춤형 자동화 메시지와 소통 전략

  • 그랩챗(GrabChat)’을 통해 승객과 기사 간의 실시간 소통을 지원하고, 도시별 특성에 맞는 메시지 스타일과 어휘를 사용해 서비스 거부나 예약 취소율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 예를 들어, 자카르타에서는 현지어와 정중한 어투를 사용한 안내 메시지를 통해 사용자 만족도를 높였고, 호찌민시에서는 짧고 친근한 톤으로 소통을 유도했다.

슈퍼앱으로의 진화: 그랩페이와 생태계 확장

그랩은 단순한 이동 수단 연결 플랫폼을 넘어, 일상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랩페이(GrabPay)**는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 있다.

  • 그랩페이는 디지털 결제를 통해 음식 배달, 쇼핑, 보험, 여행 예약, 공과금 납부 등 앱 내의 모든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 나아가 금융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소액 대출, 저축, 보험, 투자 상품을 제공하며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 최근에는 **그랩핀(GrabFin)**과 디지털 은행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우버와의 경쟁, 그리고 협력으로 이어진 성장

초기 동남아 시장에서 그랩의 가장 큰 경쟁자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였다. 치열한 가격 경쟁과 점유율 다툼이 벌어졌지만, 2018년 그랩이 우버의 동남아 사업을 인수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이후 독점 논란과 과징금 부과 등의 규제 압박이 있었지만, 그랩은 갈등을 피하고 각국 정부 및 이해관계자들과 파트너십 중심의 관계를 구축하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행보와 성과

  • 2021년, 그랩은 스팩(SPAC) 합병 방식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며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다.
  • 이후 주가 하락과 운영 비용 증가로 위기를 맞았지만, ‘단순화(Simplify)’ 프로젝트를 통해 비용 절감과 서비스 집중화를 꾀하며 수익성을 회복했다.
  • 2024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19% 증가한 27억 9,700만 달러, 조정 EBITDA는 3억 1,3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재무 지표에서 확연한 개선을 보였다.

미래를 향한 비전: AI, 자율주행, 그리고 중소기업 지원

그랩은 기술 혁신과 지역사회 기여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 자율주행 기술 개발사,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비하고 있으며,
  • AI 기술을 활용한 수요 예측, 경로 최적화, 고객 응대 자동화 등을 도입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 동시에 **중소기업(SME)**을 위한 서비스 인프라, 디지털 결제 솔루션, 물류 지원 등을 강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결론: 동남아를 넘어 세계로

그랩은 단순한 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동남아시아의 복잡한 현실 속에서 현지화 전략, 기술 혁신, 사회적 책임을 결합해 이뤄낸 하나의 비즈니스 성공 사례이자, 글로벌 슈퍼앱의 모델이다. 앞으로 그랩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주목받고 있으며, ‘온디맨드 플랫폼의 선도자’라는 비전 아래 동남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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