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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by sera7 202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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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

광해, 왕이 된 남자

줄거리

왕이 되어선 안 되는 남자, 조선의 왕이 되다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붕당정치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반정(反正)의 위협과 궁궐 내외의 배신자들, 그리고 독살 시도까지. 자신을 노리는 자들이 점점 가까워짐을 느낀 광해군은 분노와 두려움에 휩싸여 점점 난폭해지고, 신하들조차 왕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광해군은 도승지 허균을 불러 명령한다.

“나를 대신할 대역을 찾아라.”

왕을 노리는 자들의 눈을 속이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왕과 똑같이 생긴 대역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허균은 왕명을 받들어 은밀히 조선을 뒤지고 다니던 중, 기방에서 만담을 하며 사람들을 웃기던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는 바로 천민 출신의 하선. 왕과 똑같은 외모를 가졌을 뿐 아니라 타고난 재주와 말솜씨로 왕의 흉내를 내는 데에도 능숙한 인물이었다. 허균은 그를 궁으로 끌고 오고, 하선은 이유도 모른 채 한순간에 낯선 세계로 던져진다.

왕의 대역, 그리고 위장된 하루

광해군이 자리를 비운 동안 단 한 번만 왕의 대역을 하면 된다는 말에 하선은 두려움 속에서도 이를 받아들인다. 왕을 흉내 내는 일이라면 어렵지 않을 것 같았지만, 막상 왕의 옷을 입고 궁 안에 들어서니 모든 것이 압도적이었다. 신하들의 예법, 왕이 앉아야 하는 자리에 흐르는 살얼음 같은 긴장감, 그리고 광해군의 냉혹한 분위기에 익숙한 신료들의 예리한 눈빛까지.

처음에는 허균의 지도 아래 철저히 왕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하선은 점점 두려움을 느낀다. 왕이 하는 일은 그저 사람들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백성과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였다. 하지만 불행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광해군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왕이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조선의 정국이 흔들릴 것을 염려한 허균은 하선에게 다시 한 번 명령한다.

“왕이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를 대신 지켜라.”

결국, 하선은 하루아침에 조선의 왕이 되어버린다.

달라진 왕의 모습에 술렁이는 궁궐

천민 출신 만담꾼이 조선의 국정을 다스려야 하는 상황. 처음에는 허균의 지시에 따라 최대한 조용히, 그리고 들키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하선은 점점 왕이란 자리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선은 궁녀들과 내시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백성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된다. 또한, 매일같이 논쟁만 벌이는 대신들의 이기적인 태도를 보며 그들에게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어찌하여 왕이 백성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냐?”
“세금이 과하다는 말이 자꾸 들리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니냐?”

광해군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하선의 변화에 궁궐은 술렁인다. 왕이 갑자기 온화해지고, 백성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이다. 신료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일부 권력자들은 하선의 변화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하며 경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하선은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가짜 왕이 아닌, 진짜 왕이 되다

하선은 단순히 왕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왕으로서 진정한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는 억울한 자들을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불합리한 정책을 거부하며, 진정한 왕이 되기 위한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왕이 달라졌다는 소문이 점점 궁궐 밖으로도 퍼져 나가면서, 일부 세력은 왕이 가짜라는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왕이 진짜 광해가 아니라면, 이는 곧 조선이 대역을 허용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하선을 눈엣가시처럼 여긴 신하들은 그를 몰아내려 하고, 결국 하선은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허균조차도 고민에 빠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대역으로서 왕의 자리를 지키게 했을 뿐이었지만, 하선이 보여준 따뜻한 리더십과 백성을 위한 정치는 광해군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허균은 과연 하선을 계속 보호해야 할지, 아니면 원래대로 광해군을 되돌려야 할지 깊은 갈등에 빠진다.

운명을 건 최후의 선택

하선은 점점 자신의 신념을 강하게 드러내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결국 하선을 몰아내기 위한 음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궁궐은 점점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과연 하선은 끝까지 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조선의 희망은 계속될 것인가?
그리고, 광해군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는 하선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왕이 되어서는 안 되는 남자, 조선의 왕이 되어버리다.

영화 감상평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진짜 왕이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였다. 역사적으로 광해군은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백성을 위한 정책도 펼쳤지만, 점점 독단적으로 변했고 주변의 배신과 위협에 시달리면서 난폭해졌다. 그런 왕의 자리를 뜻하지 않게 대신하게 된 천민 하선. 처음에는 그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왕을 연기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짜 왕이 되기를 꿈꾸기 시작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하선의 변화다. 그는 처음에는 겁이 많고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점점 자신이 마주하는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고, 백성의 고통을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된다. 특히 왕이라는 자리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쓰여야 하는 자리라는 걸 깨닫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대역이 아닌 ‘진짜 왕’이 된다.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지도자란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해군은 강한 왕이었지만 점점 백성과 거리를 두었고, 대신들에게 둘러싸여 의심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갔다. 반면 하선은 백성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그들을 위해 움직였다. 누가 더 좋은 왕이었을까?

현실에서도 강한 권력자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것이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 힘은 결국 폭력이 된다. 반면 하선처럼 사람들의 삶을 고민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지도자가 있다면 사회는 훨씬 나아질 것이다. 비록 그는 대역이었지만, 오히려 광해군보다 더 왕다운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마지막까지 영화에 몰입하며 하선이 과연 끝까지 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광해군이 돌아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긴장하며 지켜봤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마음속에 깊은 울림이 남았다.

하선은 처음엔 왕이 되려 하지 않았지만, 결국 왕보다 더 왕다운 사람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느꼈을 두려움과 고민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의 선택과 행동이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하선이라면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혹은 하선을 돕는 허균처럼 나도 누군가의 변화를 지지할 수 있을까?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나에게 많은 고민과 깨달음을 안겨준 영화였다. 그리고 한동안 이 감정을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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